백안시[ 白眼視 ]
白(흰 백) 眼(눈 안) 視(볼 시)
[업신여기거나 냉대하여 흘겨보는 것을 비유]
연빈 > 흰(白 흰 백) 눈이(眼 눈 안) 본다(視 볼 시). 흰 눈으로 본다. 아니 그것보다 ‘눈의 흰자위를 허옇게 한 채 바라본다’라고 하면 좋겠다. 그럼 아마 ‘깔본다,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정도의 의미가 되겠다.
아빠 > 어쭈, 제법인데. 맞았어. 그런 식으로 볼 줄 알면 이제 고사성어에 대해서는 준 도사 정도는 되겠다.
연빈 > 과찬의 말씀. 한자가 쉬워 어찌어찌 하다 보니 제대로 말을 만든 것뿐이지. 내가 뭐 제대로 알아서 아는 건가?
아빠 > 그 정도면 대단한 거야. 최소한 한문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 보게 된 것만 해도 어딘데? 여하간 그렇게 보아 놓고 그에 대한 고사를 알면 다 끝나는 거야.
이 ‘백안시’라는 고사성어는 후에 죽림칠현(竹林七賢)이라고 알려지게 되는 일곱 사람 중의 하나인 완적(阮籍)이라는 사람과 관계가 있어.
조조의 위(魏)나라가 현명했지만 ‘죽은 제갈량이 산 중달을 도망치게 했다’는 이야기의 주인공 사마중달(司馬仲達)의 자손에 의에 진(晋)으로 나라가 바뀌는 혼란기.
아버지 완우(阮瑀)가 위나라 대신을 지낸 명문가 출신인 완적의 입장에선 어쩌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술을 먹고 노래하고 시를 짓고 거문고를 타고 하는 일밖에는, 아니 대원군이 그랬다는 것처럼 미친 척을 했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정도라면 후세에 죽림칠현의 일원에 끼지도 못했겠지!
그 완적에게 이런 일화가 있다.
바둑을 두고 있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당연히 상대는 그만두자고 했지만 완적은 끝까지 승부를 냈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가히 ‘후레자식’ 소리를 들을 정도겠으나 그 후 술을 두 말이나 마시고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피를 한 되나 쏟으며 몸부림쳤다는 것을 보면 단순한 평가는 금물이겠다.
또한 어머니를 매장하면서 그가 한 말은 단지 ‘큰일났다’라는 한 마디뿐이었는데 상을 치르고 나서는 뼈만 앙상할 정도로 말라 목숨이 위태로울 지경이었다 한다.
이런 식으로 세상의 틀을 무시하고 생활하기는 했지만 구태의연한 예의에 얽매이는 사람에게는 눈을 옆으로 돌려 흰자위만 보여 노골적으로 보기 싫다는 표현을 했다.
한편 진정한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본래의 눈동자를 마주했다는 것을 보면 나름의 기준에는 철두철미했던 현인이었던 것 같다.
하나의 예로 역시 죽림칠현의 일원인 혜강의 형인 혜희가 어머니 영전에 형식적인 조문을 왔을 때는 백안시해서 쫓았지만, 혜강이 술과 거문고를 갖고 조문을 오자 기뻐하며 눈동자를 바로잡고 맞이했다고 한다.
역시 기인다운 면모가 아닌가?
연빈 > 뭔가 정상적인 것이 아닌 것 같아. 자기 기분대로 막 했다고 할 수도 있잖아?
아빠 > 글쎄, 쉽게 뭐라고 한 마디로 단언할 수가 없구나. 여하간 ‘백안시’라는 고사성어는 이 완적의 고사에서 나왔어. 죽림칠현에 대한 호오(好惡 : 좋아하고 싫어함)의 문제는 네가 더 커서 역사공부를 하면서 한 번 자세히 따져보면 좋겠지.
다음은 ‘미망인(未亡人)’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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