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용문[ 登龍門 ]
登(오를 등) 龍(용 용) 門(문 문)
[입신출세의 관문을 비유]
연빈 > 아, 이건 쉽다. ‘용(龍 용 용)을 올리는(登 오를 등) 문(門 문 문)’. 어, 이상한데. ‘올라가는 용의 문’. 이것도 이상한데. 아빠, 글자는 쉬운데 도대체 말이 만들어지지 않아.
아빠 > 하하. 늘 얘기했지. 글자가 쉽다고 의미도 쉬운 것은 아니라고. 여기서는 ‘용문(龍門)’이 지명이라는 사실을 알아야해. 그러면 간단하지. ‘용문에 오르다’라고.
연빈 > 에이, 그렇게 간단할 걸 모르고…. 하지만 역시 의미는 모르겠다.
아빠 > 용문은 황하 상류에 있는 협곡의 이름인데 물살이 빨라 보통의 물고기는 올라갈 엄두도 낼 수 없는 곳이지. 무모하게 오르려다 실패한 물고기는 바위에 부딪혀 엉망진창이 되기 때문에 차후로는 감히 다시 오를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되는데, 대신에 일단 그 물살을 거슬러 오르기만 하면 그 물고기는 용으로 변했지.
그래서 ‘등용문’이라고 하면 ‘출세의 발판’이라는 의미로 쓰이게 된 거야. 하지만 용문에 관한 전설만으로 ‘등용문’이 ‘출세의 발판’이라는 의미로 쓰이게 된 것은 아니고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고사를 통해 비로소 그런 의미가 확정되게 된 것이지.
후한(後漢)의 운명이 거의 다해 가던 환제(桓帝) 때는 그야말로 혼란의 극성기였다.
발호장군으로 불리면서 제멋대로 횡포를 부리던 외척 양기(梁綺)가 죽임을 당하자, 이번에는 ‘다섯 명의 악독한 놈들’이라는 이른바 ‘오사(五邪)’의 환관들이 정권을 오로지하기 시작했다.
이때 관리들을 분발시키고 연합하여 환관들과 분연히 맞선 인물이 있었는데 그가 이응(李膺)이라는 사람이다.
이응을 위시한 관리들이 전력을 다해 환관들에 대적했지만 이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는데 그 대표적인 어려움이 후일 역사에 ‘당고의 화’라고 기록되는 대규모 탄압이다.
그러나 이응은 꿋꿋이 절조를 지켜나가 그 당시 젊은층의 우상이 되었는데 특히 태학의 젊은 학생들은 그를 ‘전범(典範 : 따라야 할 천하의 모범)’으로 여길 정도였다.
더구나 신진관료들에게는 그의 추천 자체가 장래를 약속 받는 지름길로 여겨져 ‘등용문’에 빗대어졌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등용문’이 ‘출세의 발판’이라는 의미로 쓰이게 된다.
연빈 > 그렇구나. 그래서 학원 이름에도 ‘등용문’을 많이 쓰는 거구나. 그 학원에만 다니면 좋은 결과는 이미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의미로.
아빠 > 맞았어. 그리고 이 고사는 『후한서(後漢書)』「이응전(李膺傳)」에 나오는데 이응이 활약한 때가 후한이 거의 끝나가는 시기이므로 이응의 지조라든가 활약이 더욱 빛나 보였을 거야.
그래서 전부터 있어왔던 ‘용문의 고사’와 합쳐져 ‘출세의 발판’이라는 의미로 만들어지면서 아주 분명하게 ‘등용문’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겨나게 됐겠지.
연빈 > 아빠가 그렇게 차례차례 설명해 주니까 전후좌우 사정이 이해가 되면서 무슨 의미인지 분명히 알겠어.
아빠 > 내가 설명을 잘 했다기보다 우리 연빈이의 이해력, 아니 상상력이 아빠보다 더 뛰어났다고 할 수 있겠지. 그야말로 문일지십(聞一知十)이잖아! 이거 부녀가 서로 비행기 태워준다고 남들이 웃겠다.
그럼 이쯤에서 다음으로, 즉 ‘배수진(背水陣)’으로 넘어가기로 하자.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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