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국[ 傾國 ]
傾(기울 경) 國(나라 국)
[나라를 위태롭게 함]
연빈 > 나라를 망치다(傾, 기울 경). 어! 우리가 보통 듣는 뜻과 다르네.
아빠 > 뭐라고 알고 있는데?
연빈 > ‘나라를 기울일 정도의 미인’이라고 알고 있는데…
아빠 > 두 가지 다 맞아. 본래는 ‘경국(傾國)’이 ‘나라를 위태롭게 하다’라는 의미였어. 그런데 경국지미(傾國之美)라는 말과 결합되면서 ‘나라를 뒤집을 정도의 미인’이라는 의미가 되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이 의미가 되어버렸지.
연빈 > 그 이유가 도대체 뭐야?
아빠 >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고사가 관계되어 있어서 그래.
[고사 1]
항우와 유방이 한참 공방을 벌이고 있던 무렵, 항우의 거점인 팽성을 일시 점령했던 유방은 항우의 반격으로 허겁지겁 팽성을 탈출하게 된다.
너무 경황이 없었던지라 유방은 부모와 처자식을 미처 챙기지 못한다.
한참 후 정신을 수습하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된 유방은 죄책감으로 몹시 괴로워하게 되는데, 이를 보다 못한 한 사람이 항우로부터 유방의 부모와 처자식을 무사히 구출한다.
그것도 세 치 혀만을 가지고.
그는 후공(侯公)이라는 사람이었는데, 이 후공의 변설(辯舌 : 입담 좋게 말을 잘하는 재주)에 대해 유방이 한 다음과 같은 평가가 바로 ‘경국(傾國)’의 유래다.
“그대야말로 천하에서 으뜸가는 변사로다. 그 누가 있어 그대의 변설을 당할 것인가? 그 변설이면 나라라도 기울게 할 것이다.”
[고사 2]
한나라 무제(武帝)의 총애를 받던 가수 이연년(李延年)이 어느 날 무제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래의 가사는….
北方有佳人兮(북방유가인혜 : 북방에 가인이 있는데)
絶世而獨立兮(절세이독립혜 : 세상으로부터 우뚝 선 존재)
一顧傾人城兮(일고경인성혜 : 한번 돌아보는 모습에 성이 무너지고)
再顧傾人國兮(재고경인국혜 : 다시 돌아보는 모습에 나라가 무너질 지경)
寧不知傾城傾國(영부지경성경국 : 성을 기울게 하고 나라를 기울게 함을 어찌 모르랴만)
佳人難再得(가인난재득 : 가인은 다시 얻기 어려운 법이다)
이 노래를 듣고 노래 속의 여인을 바라던 무제는 결과적으로 이연년의 누이동생을 만나 사랑하게 되는데, 이 노래로부터 경국지미(傾國之美) 또는 경국지인(傾國之人)이 ‘나라를 뒤집을 정도의 미인’이라는 의미가 된다.
아빠 > 이만하면 설명을 덧붙일 필요는 없겠지? 그럼 다음에는 3자 고사성어들을 보기로 하자. 그 처음은 ‘등용문(登龍門)’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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