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 杞憂 ]
杞(구기자나무 기) 憂(근심할 우)
[쓸데없는 걱정을 이르는 말]
연빈 > 아빠, 우(憂)가 ‘근심 우’라는 것은 알겠는데 기(杞)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겠어.
아빠 > 그렇지? 흔히 쓰는 글자가 아니라서 그런데 나라 이름을 나타내는 글자야.
연빈 > 나라? 그럼 ‘기’나라야?
아빠 > 그래. 그래서 글자대로의 뜻은 ‘기나라 사람의 근심’이 돼.
연빈 > 근심이야 다 똑같지. 기나라 사람의 근심은 별다른가?
아빠 > 별다른가 봐. 고사성어가 돼서 이렇게 역사에 길이 남아있는 것을 보면.
연빈 > 도대체 어떤 근심인지 되게 궁금하네. 빨리 고사를 보아야겠다.
공자가 늘 사모했던 시대인 주나라 시대, 기(杞)라고 하는 나라에 정말 ‘걱정도 팔자’라는 말에 어울릴 법한 사람이 있었지.
그의 걱정거리는 정말 남들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었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까 걱정했다는 거야.
그것도 단순히 걱정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로 인해 잠도 자지 못하고 밥도 먹지 못했다는 거야. 기가 막힌 일이지.
허나 걱정되고 안타까워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이었기에 어떤 사람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어.
“이보게, 하늘은 기운이 쌓여 있는 것인데 기운이 없는 곳은 없어. 우리가 몸을 굽혔다 폈다하는 것, 숨쉬는 것, 가고 오는 것 모두 다 하늘 속에서 이루어지지만 높아지거나 낮아지거나 아무런 손상도 없잖아? 왜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하나? 걱정할 것 없어.”
이 말을 듣자 새로운 걱정이 생각났다는 듯 말했어.
“하늘이 기운이 쌓인 거라면 해와 달은 당연히 떨어지지 않을까?”
“해와 달 역시 기운 속에서 빛나고 있는 거야. 떨어질 리도 없지만 떨어진다 해도 해와 달이 중상을 입겠나, 자네가 크게 다치겠나? 걱정하지 말게.”
하나하나 설명해주니 양양했던지 걱정이 꼬리를 물었어.
“왜 땅은 꺼지지 않지?”
“땅은 흙덩이가 쌓여 있는 것뿐이야. 그리고 흙덩이는 빈틈없이 여기저기 꽉 차서 없는 곳이 없어. 자네가 달리거나 구르거나 넘어지거나 쑥 빠지지 않고 항상 땅 위에 있잖아. 땅이 꺼질까 걱정할 필요는 없네.”
여기까지 듣고서야 겨우 안도의 한숨을 쉬더라나.
연빈 > 정말 걱정도 가지가지네. 그렇다면 기우란 ‘쓸데없는 걱정’이란 의미겠네.
아빠 > 바로 그거야. 이 이야기는 『열자(列子)』「천서(天瑞)」편에 나오는데 의미도 의미지만 열 자의 다음과 같은 의견이 더 재미있는 것 같아.
‘하늘과 땅이 파괴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 또한 잘못이다. 파괴되니 안 되니하는 문제는 우리들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기에.
그러나 파괴된다고 하는 자에게도 하나의 도리가 있는 것처럼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생은 사를 모르고, 사는 생을 모른다. 미래는 과거를 모르고 과거는 미래를 모른다.
천지가 파괴되니 안 되니 하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고려할 수 있겠는가?’
다음은 ‘경국(傾國)’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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