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矛盾 ]
矛(창 모) 盾(방패 순)
[말이나 행동의 앞뒤가 서로 일치되지 아니함]
연빈 > 矛(창 모), 盾(방패 순). 그러면 ‘창과 방패’가 되니 간단하네.
아빠 > 간단해? 그런데 이 말이 ‘말과 행동이 앞뒤가 서로 안 맞는다’는 의미로 쓰이는 것은 어째서일까?
연빈 > 엥, 그런 의미가?
아빠 > 그래서 아빠가 전부터 글자가 쉬우면 오히려 다른 의미가 있다고 조심하라고 했잖아.
연빈 > 그럼 이 말에도 역시 고사가?
아빠 > 그렇고말고. 『한비자(韓非子)』라는 책 중「난세(難勢)」편에 나오는 다음의 이야기를 알아야 ‘모순’의 의미를 분명히 알 수 있는 거야.
전쟁으로 해가 뜨고 해가 지던 전국시대,
한 사람이 시장에서 방패를 죽 늘어놓고 팔면서 손님을 부르고 있었지.
“자, 오세요. 끝내주는 방팹니다. 이 방패로 말할 것 같으면 그 어떤 창도 뚫을 수 없이 견고한 명품 중의 명품입니다. 아무리 강하고 예리한 창이라도 결코 이 방패를 어쩌지는 못합니다. 자, 사세요!”
얼마 후 그 사람은 다시 창을 팔기 시작했어.
그런데 아까보다 더 큰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외쳐대는 거야.
“천하에 이 창으로 뚫지 못하는 것은 없습니다. 예리하고 강해 이 창 앞에서는 그 어떤 것도 배겨나지를 못합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한 노인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지.
“과연 당신의 방패와 창은 훌륭한 것 같소. 그러나 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있소.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그 창으로 방패를 한 번 찔러봐 주기 바라오. 어느 쪽이 이기는지 똑똑히 보아야겠소.”
그러자 그 장사꾼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주섬주섬 물건을 챙기더니 슬그머니 사라지더라나.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주위 사람들의 입에서 폭소가 터져 나온 것은 물론이고.
연빈 > 저런, 자기가 파놓은 함정에 자기가 빠졌네.
아빠 > 바로 지금 네가 한 그 말, 즉 자기가 파놓은 함정에 자기가 빠졌다는 것이 바로 ‘모순’의 의미야.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도 종종 이런 실수를 하잖아. 약간 어려운 말로 ‘오류(誤謬)’라고도 하는데 같은 의미야.
연빈 > 그럼 앞으로 배울 논술에서는 이런 모순에 빠지면 안 되겠는데?
아빠 > 당연하지. 논술에서는 더구나 자기의 논리 전개가 모순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은 기본이야. 기본. 우선 모순이 되지 않은 후에 내용이고 뭐를 따져야 되는 거야. 모순에 빠져버리면 더 이상 이것저것 따질 필요가 없는 거지. 그야말로 ‘땡’ 치는 거지.
연빈 > 대단히 중요한 거구나. 보통은 앞뒤 말 신경 안 쓰고 대충대충 얘기하곤 했는데 안 되겠네. 앞으로는 정말 신경 써야지.
아빠 > 암, 그렇고말고. 다음은 ‘기우(杞憂)’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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