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 推敲 ]
推(밀 퇴) 敲(두드릴 고)
[문장을 다듬고 어휘도 적절한가를 살피는 일을 의미]
연빈 > 아빠, 앞에 글자는 ‘추측한다’고 할 때의 ‘추(推)’잖아?
아빠 > 본래는 그렇지. 그러나 이 경우, 즉 ‘퇴고(推敲 : 밀고 두드림, 즉 글을 지을 때 글자나 구를 정성껏 다듬고 고침)’의 경우는 ‘퇴(推)’라고 읽어야 되는 거야.
연빈 > 역시 그에 관한 고사가 있겠네?
아빠 > 당연하지. 『당시기사(唐詩紀事)』「가도(賈島)」편에 나오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아.
가도라는 당시로는 신출내기 시인이 노새를 타고 가다 문득 시 한 수가 떠올랐다는 거야.
지금도 그렇지만 일단 시심이 발동하면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입으로 계속 되뇌이며 시를 다듬어야지. 물론 휘적휘적 앞으로 가는 노새의 등 위에서.
후세에 전해지는 그 시는 「題李凝幽居(제이응유거 : 이응의 그윽한 거처에 붙임)」라는 것인데 내용은 다음과 같아.
閒居隣竝少(한거린병소)
草徑入荒園(초경입황원)
鳥宿池邊樹(조숙지변수)
僧敲月下門(승고월하문)
그런데 문제가 있었어. 다른 글자들은 다 괜찮은데 마지막 구절 중 지금은 ‘敲(고)’로 된 부분에서 ‘민다(推)’라고 하는 것이 좋은지 ‘두드린다(敲)’라고 하는 것이 좋은지가 고민이었던 거야.
오직 그 생각으로 한참 헤매고 있는데 느닷없이 호통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지.
당시의 대문장가이면서 요즘으로 치자면 서울시장 격인 한유(韓愈)의 행차와 부딪힌 것이었어.
노새에서 끌어내려져 한유 앞으로 가게 된 가도는 매우 불안했지만 자초지종을 이야기했지.
상세한 내용을 다 듣게된 한유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하는 것이었어.
“민다(推)고 하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두드린다(敲)라고 하는 것이 낫겠소.”
과연 대문장가다운 모습이지. 이로부터 둘은 당연히 막역한 시우(詩友 : 시 친구)가 되고 서로의 시에 영향을 주게 되었지.
연빈 > 아, 그래서 글을 잘 쓰기 위해 고치고 다듬는 것을 ‘퇴고’라고 하게 된 것이구나.
아빠 > 그렇지. 그래서 지금도 무슨 글이든지 쓰고 나면 퇴고를 잘하라고 말하게 된 거지. 참 그러고 보니 위의 시를 깜빡 했네. 우리말로 옮기면…
한가하게 사니 이웃도 별로 없고
풀길이 황폐화된 정원으로 들어갔네
(뜰은 거칠어지고 오솔길엔 풀만 무성)
새는 연못가 나무에 잠자고(머물고)
스님은 달 아래 문을 두드리네
다음은 ‘모순(矛盾)’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즐겨찾기추가
경제
프린트
스크랩
메일전송
댓글달기
목록
이전
맨위로
메일보내기
더보기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