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 古稀 ]
古(옛 고) 稀(드물 희)
[70세를 일컬음, 옛날에는 일흔 살까지 산다는 것은 드문 일이다는 뜻]
연빈 > 옛날에는(古, 옛 고) 드물었다(稀, 드물 희). 도대체 뭐가 드물었다는 거야?
아빠 > 말을 잘 만들긴 했는데 약간 부족하구나. ‘옛날부터(거기까지 이르기는) 드물었다’라고 말을 만들어야해.
연빈 > 거기까지라니?
아빠 > 중국 사람들은 보통 어떤 나이를 이야기할 때 비유하기를 좋아했지. 연빈이는 혹시 약관(弱冠)이라는 말을 들어봤니? 20살을 가리키는 말인데.
연빈 > 들어본 적이 있어. 나이가 어린데도 아주 대단한 일을 했을 때 ‘약관의 나이에 아주 훌륭한 일을 해냈다.’ 뭐 그런 식으로 얘기하던걸.
아빠 > 맞아. 18살 또는 22살에도 약관이라고 막 사용하지. 그러나 약관이라는 말은 꼭 20살에만 사용해야 하는 거야. 그런 것처럼 옛날에는 보통 그 나이까지 살기가 어려운 나이를 70살로 보았어. 물론 지금이야 그렇게 말할 수가 없겠지만.
연빈 > 그럼 70살을 ‘고희’라고 한다는 건데, 그럼 그렇게 말한 사람이 있다는 거야?
아빠 > 어떤 특정한 사람이 그랬다는 것은 아니야. 다만 시에 관한한 성인의 경지에 갔다고 평가받는 두보(杜甫)라는 사람의 시에 「곡강(曲江)」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 시속의 이 ‘고희’라는 말이 사람의 나이 70을 기막히게 나타낸다고 보게 된 거지. 아직 나이가 어려 실감은 나지 않겠지만 그 시를 한 번 보면 그럴듯하다는 생각은 들 거야.
朝回日日典春衣 每日江頭盡醉歸(조회일일전춘의 매일강두진취귀)
酒債尋常行處有 人生七十古來稀(주채심상행처유 인생칠십고래희)
우리말로 옮겨보면…
조정에서 돌아올 때마다 봄옷을 저당 잡히고, 매일 강어귀에서 완전히 취해 돌아오네
외상 술은 찾고자하면 늘 가는 곳마다 있지만, 인생 칠십은 옛날부터 드물었다네
아빠 > 물론 이 뒤로 내용이 더 이어지지. 그러나 이 정도만 해도 ‘고희’라는 말이 ‘인생칠십고래희’에서 나왔다는 것은 분명히 알 수 있을 거야.
사실 두보는 불우했어. 늘 병을 달고 다녔고 전쟁에 쫓겨 유랑했는데 천신만고 끝에 얻은 벼슬 또한 별 볼일 없는 낮은 직책이었어. 그러니 아무래도 시선(詩仙, 천재적인 시인)이라 추앙받는 이백처럼 생사에 초연할 수는 없었겠지.
연빈 > 참 아빠가 아까 중국 사람들은 나이를 그냥 말하기보다 비유를 들어 말하기를 좋아했다고 했는데 그럼 다른 나이들은 뭐라고 말했어?
아빠 > 15살은 공부에 뜻을 둔다고 해서 지어학(志於學), 20살은 관을 쓴다고 해서 약관(弱冠), 30살은 자신을 세운다고 해서 이립(而立), 40살은 헷갈리지 않는다고 해서 불혹(不惑), 50살은 하늘의 뜻을 안다고 해서 지천명(知天命), 60살은 무슨 말을 들어도 편하게 여긴다고 해서 이순(耳順)이라고 했지.
그리고 70살은 마음먹은 대로 행해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었다는 의미의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라는 좀 어려운 말을 썼는데 이 말과 같은 의미가 바로 ‘고희’가 되는 거지.
다음은 ‘퇴고(推敲)’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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