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보백보[ 五十步百步 ]
五(다섯 오) 十(열 십) 步(걸을 보) 百(일백 백) 步(걸을 보)
[차이는 있지만 크게 보아서는 본질상 차이가 없음을 의미]
연빈 > 오십 걸음이나 백 걸음이나.
아빠 > 어, 그럼 설명할 것도 없잖아. 맞아! 겉으로 보기에는 또는 생각에는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아도 ‘별 차이가 없이 그게 그거다’라는 의미야. 이에 대한 고사는『맹자』「양혜왕(梁惠王)」편에 나오는데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맹자가 자신의 주장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해. 아주 중요한 논술의 방법,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방법 등등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으니 신경 좀 쓰도록 해야 된다.
양혜왕은 비교적 맹자에게 호감을 갖고 그의 말을 많이 경청했던 위(魏)나라의 제후였다.
그런 그가 양혜왕으로 불리는 이유는 진나라의 위협을 핑해 수도를 양(梁 : 지금의 개봉)으로 옮겼기 때문인데, 또한 그 당시는 제나라와의 싸움에서도 크게 패한 후이기도 했다.
한 마디로 나라의 형편이 말이 아니었기에 맹자 같은 현사(賢士 : 어진 선비)들의 의견이 무엇보다도 필요했던 때였다.
바로 이런 시기에 일찍부터 맹자에게 부국강병의 방책을 듣고 어느 정도 공감하기도 했고 백성에 대한 사랑이란 문제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생각을 했던 터라 약간의 자신을 갖고 맹자에게 묻게 된다.
“나는 하내 지방에 흉년이 들면 그 지방의 젊은이들은 하동으로 옮기고 남은 노약자들에게는 하동 지방으로부터 식량을 가져다가 굶주림을 면하게 하고, 하동 지방에 흉년이 들면 그 반대로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백성들을 배려했지요.
이웃나라를 살펴보니 나만큼 백성을 배려하는 군주도 없더군요. 그런데 다른 나라의 백성들은 줄지 않고 우리나라의 백성들 역시 늘지 않으니 그 이유가 도대체 무엇입니까?”
사실 이 질문은 양혜왕이 사실상 그렇게 실행했기에 어느 정도 자부심을 가지고 한 것이다.
또한 이 질문은 맹자에 대해 질책하는 의미를 갖기도 한다.
양혜왕 자신이 맹자의 말들에 많은 공감을 표시했고 어느 정도는 그 의견에 따라 실행한 것인데 결과가 없다는 은근한 투정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맹자가 누군가? 끝까지 왕도정치라는 대전제를 고수하고 그 대전제를 이루기 위해 논리를 갈고 닦은 인물이 아니었던가?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여기서 언급되는 고사성어 ‘오십보백보’만을 가지고 말하면,
“왕께서 전쟁을 좋아하시니 전쟁에 비유해 말씀드리죠. 두 나라가 한창 치열한 전투 중인데 일제히 앞으로 돌진하라는 백병전의 신호가 울려 퍼졌습니다. 이때 겁을 먹고 달아난 두 병사가 있었는데, 한 병사는 오십 보를, 다른 한 병사는 백 보를 달아났습니다. 그 경우 오십 보를 달아난 병사가 백 보를 달아난 병사에게 겁쟁이라고 욕했다면 왕께서는 그렇다고 수긍하시겠습니까?”
양혜왕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당연히 다음과 같이 대답했을 것이다. 물론 이것 역시 맹자의 교묘한 논리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지만….
“천만에. 오십 보나 백 보나 도망간 것은 마찬가지죠.”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단 칼로 무를 자르듯 맹자는 선언한다.
“그렇다면 바랄 수 없는 것을 바라시고 계신다는 것을 잘 아시겠죠?”
연빈 > 역시 무서운 맹자이네요?
아빠 > 그렇지? 조금은 그 무서움이 느껴지니? 다음은 ‘백년하청(百年河淸)’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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