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우일모 [ 九牛一毛 ]
九(아홉 구) 牛(소 우) 一(한 일) 毛(털 모)
[아홉 마리 소 가운데서 뽑은 한 개의 털이라는 뜻으로 아무것도 아닌 하찮은 일을 비유]
연빈 > 아홉 마리 소(牛, 소 우), 한 올의 털(毛, 털 모). ‘아홉 마리 소의 털 중에서 한 올의 털’이라고 하면 말이 좀 되겠다.
아빠 > 잘했다. 아홉 마리 소의 털은 과연 몇 개나 될까?
연빈 > 그것들을 어떻게 다 세? 무지무지하게 많을 텐데.
아빠 > 그 무지하게 많은 것 중에서 하나니 별것 아니겠지? 그렇다면 이 ‘구우일모’의 의미는 당연히 ‘별것 아닌 하찮은 것’으로 그에 관한 고사의 출처는 『한서 (漢書)』 「문선(文選)」
전한(前漢) 무제(武帝) 때.
이릉(李陵)이라는 장수가 이사장군(貳師將軍) 이광리(李廣利)의 별동대로 흉노와의 전쟁에 선봉을 맡아 불과 5,000의 군사로 수십 배의 흉노와 용감히 싸웠다.
중과부적인데다가 이광리가 지원군을 보내주지 않아 불가불 생포될 수밖에 없었다.
패배의 소식을 접한 것도 울화통이 터질 지경인데 수천리를 화급히 달려온 전령에게 이릉이 적에게 투항했다는 보고를 받은 무제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이릉의 일족을 모두 몰살시키려 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자 이릉을 옹호할 사람은 당연히 없었고 자신의 목숨부터 챙겨야 했다.
그런데 이때 나서는 사람이 있었는데 후대 동양 역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마천이다.
그는 역사가의 예리한 안목으로 사태에 대한 진상을 직시하고 이릉을 옹호했는데, 다음은 그 주장의 요지다.
1. 이릉의 군사는 소수였고, 흉노는 대군이었다.
2. 패배의 원인은 이사장군 이광리가 원군을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3. 만약 이릉의 항복이 사실이라면 죽기보다는 살아서 훗날 한나라 조정에 보답할 길을 찾을 방편으로 선택한 길일 것이다.
이런 그럴듯한 의견을 피력했지만 이미 극도로 화가 나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게 된 무제는 그 화풀이를 사마천에게로 돌려 그를 궁형에 처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조정 관료들은 옳다 그르다 아무런 말들이 없었다.
그야 말로 꿀 먹은 벙어리들만 갖다 앉혀놓은 형색이었다.
이것을 보자 사마천의 입에서는 저절로 탄식이 흘러나왔는데 ‘구우일모’라는 고사성어는 바로 그 사마천의 탄식에서 나오게 된다.
“아아, 세상 사람들은 내가 이런 형벌을 받는데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구나! 아홉 마리 소의 터럭 중에서 한 올의 터럭이 없어진 것처럼 하찮게 느끼겠지…”
연빈 > 아빠, 그런데 궁형이 뭐야?
아빠 > 남자의 생식기를 거세하는 형벌인데, 육체적인 고통도 문제지만 명예에 관한 치욕적인 형벌로 인식되어 이 형벌을 받은 사람은 거의 자결하는 것이 관례였지.
연빈 > 그런데 사마천은 왜 자살을 안 했지?
아빠 > 아버지가 통사를 쓰라는 유언을 내렸기 때문이야. 그러나 워낙 수치스런 형벌이다 보니 마음의 부담이 심했을 거야. 하지만 ‘죽음은 때론 태산보다 무겁고 때론 깃털보다 가벼운 법.’이라고 한 걸 보면 자신의 죽음에 무게를 두어 오히려 가볍게 죽느니보다 사는 쪽을 택한 것 같아.
다음은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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