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사일생 [ 九死一生 ]
九(아홉 구) 死(죽을 사) 一(한 일) 生(살 생)
[죽을 고비를 여러 차례 겪고 겨우 살아난다는 의미]
연빈 > 아홉 번 죽었다가 한 번 살아난다. 어째 이상한데. 아홉 번을 죽었는데 어떻게 살아나지?
아빠 > 하하. 그래서 해석을 잘하라고 했잖아. 물론 죽으면 살아날 수 없지. 그러니 ‘死(죽을 사)’를 죽었다가 아니라 죽었다고 여길 정도의 상태, 즉 ‘죽도록 고생하다’로 하면 되겠지.
연빈 > 그럼 ‘죽도록(죽었다고 생각될 정도로) 고생하다가 (겨우) 살아나다’가 되겠네.
아빠 > 바로 그거야. 그렇게 말을 만들어 보고 나니 이제 알겠지? 왜 아빠가 한문은 아무리 쉬운 글자가 나와도 신경을 써서 말을 만드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이유를.
연빈 > 응, 알았어.
아빠 > 그런데 우리가 흔히 ‘죽도록 고생하다가 겨우 살아나다’의 의미로 사용하는 ‘구사일생’은 그 연원을 보면 의미가 전혀 달랐지. 말이 약간 이상하지만 오히려 ‘아홉 번 죽었으니까 한 번도 살아날 수 없다’라는 식의 의미가 더 적절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야.
연빈 > 그건 또 무슨 소리?
아빠 > 그 자세한 내막을 알려면 『사기(史記)』「굴원가생열전(屈原賈生列傳)」에 나오는 고사를 살펴보아야 해.
주나라 말. 초나라의 공족으로 왕족을 관장하는 관직인 삼려대부까지 지낸 시인 굴원(屈原)이란 사람이 있었다.
이름이 평(平)으로 후대에 중국인의 정신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시선, 시성 (詩聖)으로 추앙받는 이백과 두보도 한 수 배웠다고 할 정도의 대단한 인물이었다.
그의 작품 약 25편 정도가 후세에 그의 지인들이 엮은 『초사(楚辭)』라는 책에 수록되어 전해진다.
그 중에서 인생 자체에는 어려움이 많지만 자신은 결코 그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담고있는 「이소(離騷)」라는 작품이 특히 유명하다.
발표 당시에는 그로 인해 유배를 당하는 등 수난을 겪게 했던 애물단지지만 훗날 불후의 명작으로 평가되어 굴원을 일약 불멸의 스타로 만들어 주게 된다.
바로 그 ‘이소‘의 내용 중에 ‘아홉 번 죽어 한 번을 살아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후회하거나 원한을 품는 것은 족하지 않다.’라는 대목이 있다.
‘구사일생’이라는 고사성어는 바로 이 대목에 그 끈을 대고 있다.
연빈 > 정말! ‘살아난다’는 말은 없네.
아빠 > 그렇지? 그러나 다시 한 번 곰곰 생각해 보면, ‘아홉 번 죽어 한 번을 살아 날 수 없다 하더라도 후회하거나 원한을 품지 않겠다’는 것은 영원히 살겠다(산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을 거야. 몸이 사는 것만이 사는 것은 아니니까.
연빈 > 맞아. 그래서 아마 후세 사람들이 ‘구사일생’을 지금 의미로 쓰게 되었을 것 같아.
아빠 > 후에 굴원은 결국 타협하며 더럽게 사느니 차라리 깨끗하게 죽겠다며 돌을 안고 멱라수(汨羅水, 호남성 상수의 지류)에 뛰어들어 자살하는데, 그가 죽은 5월 5일에는 지금도 중국의 강남지방 사람들은 용두선을 타고 갈대 잎에 싼 송편을 멱라수에 던지며 굴원을 추모한대. 3000년이 넘어도 그의 정신이 살아있다는 증거겠지.
다음은 ‘구우일모(九牛一毛)’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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