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경조 [ 五日京兆 ]
五(다섯 오) 日(날 일) 京(서울 경) 兆(조짐 조)
[일이 오래가지 못함을 비유]
연빈 > 경조(京兆)라는 말이 무슨 뜻이야?
아빠 > 경조는 경조윤(京兆尹)이라고 요즘말로 하면 ‘서울시장’ 정도가 되겠지.
연빈 > 그럼 ‘오일동안만 서울시장을 한다’?
아빠 > 그래. 삼일천하(三日天下)니 백일천하(百日天下)니 하는 말들처럼 ‘관직에 올랐다가(정권을 잡았다가) 금방 쫓겨남’ 또는 ‘지나치게 빨리 어떤 상황이 변경됨‘ 등의 의미지. 『한서(漢書)』 「장폐전()」에 나오는 다음 고사를 보면 더 분명히 알 수 있지.
서한(西漢) 선제(宣帝) 때, 치안이 얼마나 엉망이었던지 도성 안에 도둑맞지 않은 집이 없는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장폐라는 사람이 경조윤에 부임했는데 수년간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어느 정도 평온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절친한 친구 양훈이 대역무도죄로 사형에 처해졌으며, 친구나 친척들 이 줄줄이 벌을 받기도 했다.
본의가 아니었다 해도 많은 사람들의 앙심을 사게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도성 안에는 오래지 않아 장폐가 경조윤에서 쫓겨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때 그의 부하 중에 서순(絮舜)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직책이 사건 처리 담당이었다.
어느 날 장폐가 이 서순에게 사건 처리를 지시했는데 차일피일 미루기만 할 뿐 처리할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한술 더 떠 다음과 같이 떠벌리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앞으로 장공(張公)이 경조윤의 자리에 얼마나 더 있게 될 것 같으냐? 내 생각엔 길어야 닷새야. 그런데 미쳤다고 내가 그의 명령을 따라?”
이 말을 전해 듣게 된 장폐는 항명죄로 그를 구속했다가 며칠 후 처형해 버리게 된다.
연빈 > 참 너무 성급하셨군. 그 서순이라는 사람.
아빠 > 하하, 그래도 ‘오일경조’라는 고사성어의 주인공이 되고 죽었으니 여한이 없을까? 물론 농담이지만. 여하간 벼슬자리에 올라 오랫동안 버티지 못하거나 얼마 되지 않아 사퇴하는 경우에 주로 쓰는 말이지.
요즘 우리나라 장관들이 그 직에 임명되었다가 오일경조하는 경우가 아주 많지. 그리고 우리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개화기 때 김옥균 등이 갑신정변으로 정권을 잡았다가 3일 만에 물러나게 되는 사건이 있어. 3일 만에 물러났다고 해서 ‘3일천하’라고 하는데 바로 이 오일경조와 같은 맥락에 있는 대표적인 사건일거야.
연빈 > 그런데 보통은 잘못해서 일찍 자리에서 물러나잖아. 그런데 이 고사성어가 만들어진 것은 장폐라는 주인공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서순이라는 어찌보면 엑스트라가 잘못 알고 괜히 지껄인 것이 원인이 됐잖아.
아빠 > 맞아. 약간 이상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지? 그래서 단순히 일찍 물러난다는 의미 외에 ‘선한 관리에게는 백성에게 좋은 일을 하게 하고 탐관오리는 빨리 물러나게 한다’는 의미로도 쓰이는 거야.
다음은 ‘오리무중(五里霧中)’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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