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접지몽 [ 蝴蝶之夢 ]
蝴(오랑캐 호) 蝶(나비 접) 之(갈 지) 夢(꿈 몽)
[물아일체의 경지 또는 인생의 무상함을 비유]
연빈 > 나비의 꿈. 글자대로라면 뭐 쉬운데 역시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네.
아빠 > 맞아. 더구나 이 고사성어는 장자(莊子)에 관계된 것이기 때문에 더 만만치가 않지.
연빈 > 장자가 누군데?
아빠 > 중국을 중심으로 동양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두 가지 커다란 생각, 즉 사상이라는 것이 있지. 그 중에 하나가 연빈이도 많이 들어봤을 공자라는 사람의 생각인데, 그것과 쌍벽을 이루는 것으로 바로 이 사람 장자(노자와 합해 ‘도가’라로 하지)의 사상이 있어.
자세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공자 쪽이 인, 의, 예, 지, 신 같은 정해진 덕목을 중심으로 성인이 되기 위해 부단히 수양하는 것을 강조했다면 도가 쪽은 그런 어찌 보면 인위적으로 정해진 틀을 비웃으면서 그것에 얽매이지 않고 무한한 대 우주에 노닐면서 자유할 수 있는 인간을 강조한다고 할까? 여하간 쉽지 않아.
연빈 > 글쎄, 에이 나는 모르겠다. 고사나 얘기해 주세요.
이 고사는 『장자(莊子)』라는 책의「제물론(齊物論)」이라는 부분에 나오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이 의외로 간단하다.
“언제인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꿈을 꾸게 되었다. 그 꿈속에서 나는 나비가 되었다.
훨훨 날개를 펴고 허공을 날아다니는 즐거움, 나는 내가 나라는 사실도 잊고 그 즐거움에 정신이 없었다.
이윽고 문득 눈을 뜨게 되었는데 나는 역시 나였다. 그렇다면 이 세상 속의 내가 꿈속에서 저 나비가 된 것일까?
아니면 즐겁게 훨훨 날아다니던 나비가 꿈속에서 나라는 인간이 된 것일까?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꿈이 현실인지 현실이 꿈인지…”
연빈 > 역시 꿈같은 얘기네.
아빠 > 그렇지.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겠지. 잘난 체 하는 인간의 분별의 눈으로 보면 장자[본래 이름이 장주(莊周)]와 나비는 완전히 별개고 꿈과 현실도 역시 별개지. 그러나 이렇게 구별하는 것이 꼭 맞다고는 장담할 수 없잖아.
어쩌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사실은 인간의 잘난 체하는 버릇이고 어리석음일 지도 모르잖아. 우리 연빈이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들걸. 밥을 먹고 학교에 가고, 또 공부하는 내가 진짜 난가? 뭐 그런 생각 말이야.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인간의 본 모습이라고 해도 좋고 또 우리 인간을 뛰어넘어 존재하는 어떤 존재(물론 우리야 하느님이지만)의 입장에서 본다면 장주나 나비나 무슨 구별이 있겠어? 현실도 꿈이고 꿈도 현실이겠지.
연빈 > 그렇게 생각하니 아주 어려운 것 같지는 않네. 그런데 도대체 주장하는 바가 뭐야?
아빠 > 물론 장자나 노자는 도가의 사람들이니까 ‘도(道)’가 중요한데, 그 도의 입장에서는 어느 것이나 똑같이 보는 그대로, 즉 깨어있을 때는 장자로서 살고 꿈속에서는 나비로서 춤춘다는 것이야. 쉽게 말하면 현재의 자기 모습대로 살아간다는 것, 약간 어렵게 말해 ‘현재의 긍정’이야말로 ‘진정한 자유’라는 의미야. 다음은 ‘한단지몽(邯鄲之夢)’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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