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지지 [ 老馬之智 ]
老(늙을 노) 馬(말 마) 之(갈 지) 智(슬기 지)
[아무리 하찮은 것일지라도 저마다 장점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
연빈 > 늙은 말의 지혜, 간단하네.
아빠 > 글쎄, 그렇게 간단할까? 우선 그 유래를 보고 나서 자세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자.
관포지교의 주인공 관중이 제나라 환공을 모시고 고죽국(孤竹國)이라는 작은 나라를 정벌할 때의 이야기다.
공격을 시작할 때는 봄이었으나 싸움을 끝내고 돌아올 때는 엄동설한이었다. 게다가 험한 산을 넘고 굽이굽이 골짜기를 돌다보니 돌아오는 길을 잃게 되었다.
설왕설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이러면 안되겠다고 생각한 관중이 결단을 내리게 된다.
“이런 때는 늙은 말이 본능적인 감각으로 길을 찾아내는 법이다.”
그리하여 짐을 지고 있던 말들 중에서 늙은 말(老馬)을 골라 수레에서 풀어주었다.
말은 잠시 두리번거리더니 잠시 후 어떤 방향을 잡아 걷기 시작했고 그 뒤를 따르던 병사들도 마침내 제대로 된 길을 찾아 행군을 계속할 수 있게 되었다.
아빠 > 『한비자(韓非子)』라는 책에 나오는 ‘노마지지’의 유래야. 물론 이 이야기로도 대충 무슨 의미인지는 알겠지?
연빈 > 그럼 ‘그런 쓸모가 없어 보이는 늙은 말도 때로는 쓸모가 있다’ 뭐 그런 의미야? 그런데 뭔가 부족한 것 같아. 뭐라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아빠 > 허, 이젠 제법인걸. 그런 걸 다 느끼다니. 아닌 게 아니라 『한비자』에서는 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지금 사람들은 똑똑하지도 못하면서 잘난 체만 한다’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어. 이 결론 부분을 보게 되면 그 의문점이 풀리게 될 거야.
‘관중은 성(聖, 성스러울 정도의 뛰어난 지혜와 기지)했지만 자신의 지혜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 이르면 늙은 말이라도 스승으로 삼는 것을 꺼려하지 않았건만 지금 사람들은 우(愚, 어리석음)하면서도 성인의 지혜를 스승으로 삼을 줄을 모른다. 이 어찌 크게 잘못된 일이 아니겠는가!’
연빈 > 아빠, 그럼 ‘노마지지’의 의미가 뭐든지 안다고 제아무리 잘난 체 해도 지혜가 늙은 말보다 못할 때가 있다라는 의미가 되겠네.
아빠 > 그래. 아무리 하찮은 인간이라도 장점이나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지.
연빈 > 전에 공부했던 ‘타산지석(他山之石)’에도 그런 의미가 포함되어 있던 것 같은데….
아빠 > 이런, 이런. 이제 아빠가 오히려 연빈이에게 배워야겠네.
연빈 > 비행기 그만 태우시고 진도나 나가시죠.
아빠 > 그러자꾸나. 지혜에 대한 고사를 봤으니 이제 분위기를 바꿔 ‘의리’에 대한 고사성어를 볼까? ‘조강지처(糟糠之妻)’라는.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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