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지교 [ 水魚之交 ]
水(물 수) 魚(물고기 어) 之(갈 지) 交(사귈 교)
[친밀하여 떨어지기 어려운 우정이나 사귐]
연빈 > ‘물과 물고기의 사귐’. 뭐 어려운 거 없네.
아빠 > 그렇지. 간단하지. 그러나 이 고사성어에서는 유비와 제갈공명을 떠올리는 것이 필요해.
연빈 > 왜? 그냥 물이 없으면 물고기가 살 수 없으니까 그런 아주 밀접한 사귐이라고 알면 되잖아?
아빠 > 물론 의미는 그래. 하지만 그 유래가 유비와 제갈공명의 사이에서 나왔어. 그러니 그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일을 알아보는 것이 필요한 거지.
연빈 > 하긴, 어떤 경우마다 서로가 느끼는 생각이 다를 수가 있으니 자세한 이야기를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겠다.
우리에게 멋지게 알려진 삼고초려(三顧草廬, 유비가 세 번이나 제갈공명의 초가집에 찾아가 도와주기를 간청한 일). 알고 보면 그렇게 한 것도 그만큼 유비의 당시 상황이 다급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삼국지를 조금이라도 읽어본 사람이면 잘 알다시피 그때, 중국 양자강 동쪽에서는 손견, 손책, 손권으로 이어지는 손씨가 세력을 착착 쌓아가고 있었고, 황하 유역을 장악하고 있던 조조는 후한의 마지막 황제인 헌제에게 접근하여 실리와 대의명분을 손에 넣으려 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둘은 잘 나가는 반면 유비는 겨우 형주의 유표에게 의지하고 있는 별 볼 일 없는 신세였는데, 그나마 형주를 탐내는 것이 아닌가하는 유표의 아들과 부인의 의심으로 전전긍긍하는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서서(徐庶, 유비의 부하로 있다가 조조가 자신의 어머니를 인질로 삼은 것을 알고, 유비를 떠나 조조의 휘하로 들어감)의 권유로 제갈공명을 만난 유비에게, 전후좌우 사정을 낱낱이 지적한 후 ‘불에 기름을 부은 듯 잘 나가는 북쪽의 조조를 지금 상대하면 불리하니 차라리 기반이 확고한 오(吳)의 손권을 편으로 만들어 놓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양자강 상류의 촉(蜀)으로 들어가 그 곳을 근거지로 북쪽을 도모하라’고 제언하는 제갈공명은 그야말로 구세주였다.
유비는 즉시 제갈공명을 군사(軍師, 주군을 따라다니며 작전이나 계략을 궁리해 내는 사람)로 맞이하여 함께 먹고 함께 잘 정도로 애지중지하게 된다.
그러자 일찍이 도원결의(桃園結義, 복숭아밭에서 유비, 관우, 장비가 서로 의형제가 되고자 맹세한 일)의 주인공들인 관우, 장비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젊은 놈에게 너무 머리를 조아리는 게 아니냐고 불평을 하게 되는데, 이때 한 유비의 다음의 말이 바로 이 ‘수어지교’의 유래가 된다.
“그런 소리들 말게. 물고기는 물이 있어야 비로소 물고기답게 되는 것 아닌가! 내가 공명과 지내는 것은 물고기가 물 속에 있는 것과 같네. 두 번 다시 이러쿵저러쿵 하지들 말게.”
연빈 > 그 후 어떻게 됐어?
아빠 > 당연히 공명의 계책대로 촉으로 들어가 남만(南蠻, 남쪽 지역의 오랑캐)을 정벌해서 뒤를 튼튼하게 굳히고 오나라와 함께 조조를 공격하는 삼국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연빈 > 아! 수어지교가 본래는 임금과 신하의 끊을 수 없는 사이를 말하는 것이구나. 물론 지금은 아주 깊은 친구관계를 의미하겠지만.
아빠 > 바로 그거야. 모두가 깊은 친구관계를 말하지만 느낌은 약간씩 다르지. 바로 그 다른 느낌을 아는 것이 중요해. 그런 의미에서 이번 차례는 ‘문경지교(刎頸之交)’.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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