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벽산희곡상 수상작 <아버지의 집>(김윤희 작)은 집이 해체되고 다시 지어지는 과정 속에서 ‘아버지의 부재’를 통한 ‘나와 가족’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짧은 대사로 인물과 상황을 만드는 능력이 있고, 집을 해체하고 조합하는 과정과 그 사이사이에 불안전한 삶, 미묘하고 섬세한 정서와 갈등을 진솔하게 나타냈다.
| ▲ '아버지의 집' 포스터 - 사진 : 서울문화재단 |
집을 부수고, 짓고, 돌을 던지고, 모으고 하는 행위를 연극적 기호와 상징으로 활용하는 데 성공했다’는 심사위원들의 평을 받은 작가 김윤희는 이 작품으로 척박한 창작연극계가 주목할 만한 새로운 젊은 작가의 탄생을 예고했다.
한국연극의 발전과 극작가들의 창작여건 토대 마련을 위해 벽산문화재단이 후원하는 ‘벽산희곡상’과 창작초연연극의 산실 남산예술센터의 만남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2012년 3월 남산예술센터와 벽산문화재단의 공동제작으로 무대에 올린 제1회 벽산희곡상 수상작 <878미터의 봄>(한현주 작 / 류주연 연출)은 카지노로 변해버린 정선 폐광촌의 막장인생들과 타워크레인에서 농성중인 노동자들의 현실을 오버랩하여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묵직한 비판을 제기한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고른 호평을 얻은 바 있다.
<아버지의 집>은 오는 10월 2일부터 20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아버지의 집>은 벽산희곡상 심사위원이자 2001년작 <하녀들> 이후 예술적 밀도를 더하며 다양한 연극적 형식의 실험을 지속하고 있는 박정희가 연출을 맡아 기대를 모은다.
<예술하는 습관>, <헤다 가블러> 등에서 중극장 연출 미학을 과감하게 선보여 온 박정희 연출은 남산예술센터와의 첫 작업인 <아버지의 집>을 통해 중극장 창작연극 연출의 새로운 형식을 제시할 예정이다.
<아버지의 집>의 극중 인물들인 주영, 소현, 송현, 케이타는 모두 아버지의 부재(不在)로 자기 삶이 완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나’라는 존재가 불안정한 이유를 아버지에게서 찾으려고 한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지만 누구에게나 그 자신의 근원은 곧 아버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시대에는 ‘아버지’가 없다. 과거, 아버지가 차지하던 권위와 투박한 부정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언제부터인가 아버지의 자리는 공허하게 비어 있다.
한 가정의 중심이었던 아버지의 존재가 흔들리면서 ‘나’라는 존재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현재 우리의 불안정한 삶의 무의식의 근원도 바로 여기에서 비롯될 것임을 작품은 넌지시 암시하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아버지의 집>에 등장하는 그들에게는 ‘집’ 또한 없다. 끊임없이 아버지를 원망하면서도 아버지의 존재를 찾아야만 하는 이유를 ‘나의 존재’에 대한 확인 때문인지 ‘가족이라는 관계’ 때문인지 모르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방황하고 있다.
<아버지의 집>은 바로 이런 지점에서 이 시대 ‘아버지의 부재’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묻는다. 여성작가 특유의 세밀한 정서를 바탕으로 개인의 존재에 대한 고찰을 넘어 관계에 대한 은유를 세련된 방법으로 이끌어 낸 탄탄한 희곡은 오랜만에 느끼는 연극적 성찰을 선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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